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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DC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20년물을 직접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저도 DC계좌 자산 배분을 고민하던 중에 이 소식을 접했고, 소액이지만 실제로 청약까지 해봤습니다. 처음 시도해본 경험과 함께 이 제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DC계좌로 국채를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운영하다 보면 한 번쯤 막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주식 ETF 비중은 어느새 70%를 넘어있는데, 마땅한 안정자산 선택지가 없다는 겁니다. 저도 정확히 그 상황이었습니다. 정기예금 금리는 아쉽고, 그렇다고 채권형 펀드는 뭔가 손에 잘 안 잡히고.
그런데 이번에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여기서 DC형이란, 회사가 매달 퇴직연금을 납입하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반대로 DB형은 회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직접 운용하는 만큼 선택지가 넓을수록 유리한데, 이번에 국채가 그 선택지에 들어온 것입니다.
기존에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사려면 전용계좌를 별도로 개설해야 했습니다. 그 번거로움 때문에 관심은 있어도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이번 달부터는 기존 DC·IRP 계좌에서 바로 청약할 수 있습니다. 9월 발행분 기준으로 초기 판매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신한·하나·NH농협은행 3곳과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 5곳입니다(출처: 이코노빌).
저는 청약 전에 제가 거래하는 증권사에 먼저 전화해서 한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나중에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할 일이 생겼을 때 국채도 같이 넘어가느냐는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같은 증권사 내에서 DC-DC 간, DC-IRP 간 실물 이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확인 하나가 투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DC형: 근로자가 직접 운용 지시, 이번 국채 투자 가능
- IRP: 개인이 추가 납입하여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 마찬가지로 국채 매입 가능
- 최소 투자금액 10만원, 10만원 단위로 청약 가능
- 9월 청약 마감은 15일까지, 발행 규모는 총 2,300억원
20년물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숫자로 보는 수익
저는 이번에 20년물로 50만원어치를 청약했습니다. 첫 시행이라 큰돈을 넣기보다는 일단 경험 삼아 소액으로 시작해보자는 판단이었습니다. 앞으로 금리 추이를 보면서 추가 매수 기회를 노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10년물이 아닌 20년물이냐고 하면, 저는 퇴직연금 계좌에 있는 돈을 철저히 노후 자금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40대이니 20년 후 만기가 돌아와도 60대 초반입니다. 전체 인생을 놓고 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수익률도 살펴봤습니다. 9월 발행분 기준으로 20년물의 표면금리는 연 4.570%이고, 여기에 가산금리 35bp(베이시스포인트, 0.01%를 1bp로 표현하는 금리 단위)가 더해집니다. 이 가산금리란 표면금리에 추가로 얹어주는 금리로, 만기까지 보유한 투자자에게만 주어지는 보너스 개념입니다. 이를 연 복리로 계산하면 만기 시 세전 총수익률이 약 161.3%에 달합니다. 1,000만원을 넣으면 만기에 원리금이 약 2,613만원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연 복리란 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 즉 매년 발생하는 이자가 원금에 합산돼 다음 해 이자 계산의 기준이 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단순 이자와 달리 시간이 길수록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20년 만기 상품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운용 기간 중 발생하는 이자에 대한 과세가 적립금을 실제로 인출하는 시점까지 미뤄집니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가 적용되는 퇴직연금 고유의 세제 혜택도 그대로 챙길 수 있습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이 과세이연 효과는 장기 투자일수록 실질 수익률 차이를 크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중도환매는 가입 후 1년이 지나야 가능하고, 만약 만기 전에 환매하면 가산금리와 연 복리 혜택은 사라집니다. 결국 이 상품은 만기까지 들고 갈 자신이 있을 때 진입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금융사들이 국채보다 IRP 고객을 원하는 진짜 이유
이번 제도 도입 이후 은행과 증권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금융사에서 DC·IRP 자산을 이전하는 고객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고, 삼성증권은 청약 고객을 대상으로 포인트 쿠폰 이벤트를 12월 31일까지 진행합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모바일 앱 '신한 슈퍼SOL'과 영업점 모두에서 청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고, 하나은행도 영업점 청약에 이어 다음 달부터 '하나원큐' 앱 비대면 청약을 열 예정입니다.
이 경쟁의 본질은 사실 국채 판매 수수료가 아닙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동일한 상품이라 어느 금융사를 통해 가입해도 상품 자체는 같습니다. 금융사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IRP·DC 고객 자체입니다.
퇴직연금 계좌는 한번 옮기면 쉽게 다시 이전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 안정적인 고객 기반이 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개인투자용 국채가 퇴직연금 계좌의 안정형 자산 30% 한도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장기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안정형 자산 30%란, 퇴직연금 DC형의 경우 위험자산(주식형 ETF 등) 비중을 70% 이하로 제한하고, 나머지 30% 이상은 안정형으로 채워야 하는 규정을 의미합니다.
채권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변화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장기 국채는 그동안 보험사와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소화되어 왔습니다. 개인 퇴직연금 자금이 10년·20년물 장기 국채로 직접 유입되기 시작하면 수요 기반 자체가 넓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리 변동에 따라 자주 사고파는 투기성 수요가 아닌,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보유하는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저는 앞으로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처럼 401(k) 등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과 금융 이해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국내에도 자리잡고 있고,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이런 변화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DC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사려면 전용계좌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요?
A. 이번 달부터는 기존 DC·IRP 계좌에서 바로 청약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전용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참여 금융사가 정해져 있으니, 본인이 거래하는 증권사나 은행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Q. 10년물과 20년물 중 어떤 걸 골라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이건 본인의 자금 성격과 나이를 먼저 따져보는 게 맞습니다. 퇴직연금처럼 노후 자금으로 확실히 묶어둘 수 있다면 표면금리가 높은 20년물이 유리합니다. 반면 중간에 계좌를 이전하거나 자금을 유동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10년물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Q. 중도에 팔 수 있나요? 팔면 손해인가요?
A.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중도환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가산금리와 연 복리 혜택이 사라집니다. 쉽게 말해 표면금리만 적용된 단순 이자 수준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 상품의 핵심 매력이 만기 보유 시의 복리 효과인 만큼, 중도환매를 전제로 접근하면 기대만큼의 수익을 얻기 어렵습니다.
Q. 퇴직연금 계좌로 사면 세금 혜택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운용 기간 중 발생하는 이자에 대한 세금이 실제 인출 시점까지 미뤄지는 과세이연 효과가 적용됩니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반 이자소득세보다 낮은 연금소득세율이 적용됩니다. 장기 복리 투자에서 과세이연은 실질 수익률에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결론
저는 이번 청약을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그 자체보다 이 경험을 통해 제 퇴직연금 운용 전략을 한 번 더 점검하게 됐다는 게 더 큰 수확이었습니다. 주식 ETF 70%로 쏠려 있던 구성을 안정형 자산으로 일부 분산하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금리 흐름에 따라 추가 매수 여부를 판단할 기준도 생겼습니다.
채권, 특히 장기 국채는 아직 주식에 비해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높은 시기에 확정금리로 장기간 묶어두는 전략은 생각보다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9월 청약이 퇴직연금 자금의 국채 유입 가능성을 실제로 가늠해볼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우선 본인의 DC 또는 IRP 계좌가 있는 금융사에서 청약 가능 여부부터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750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