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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다 보면 위험자산 한도 70%라는 벽에 한 번쯤 부딪히게 됩니다. 저도 최근 주식형 ETF 비중이 어느새 한도를 넘어서면서 안전자산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깊어지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9월부터 퇴직연금 계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어습니다.
퇴직연금형 개인투자용 국채, 뭐가 달라졌나
기존에는 퇴직연금 계좌(DC형·IRP형) 안에서 채권에 간접 투자하려면 채권형 ETF나 채권 펀드를 경유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회사채 펀드와 중장기 국공채 펀드를 각각 5% 비중으로 소량 담아놓은 게 전부였습니다. 간접 상품이다 보니 운용사의 판단에 따라 실제 편입 채권이 달라지고, 수수료도 발생합니다.
2026년 9월부터는 구조가 바뀝니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의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을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개인투자용 국채란,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수익이 연 복리로 쌓이고, 만기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수령하는 구조의 소매 국채 상품입니다. 이제는 퇴직연금이라는 세제 우대 계좌 안에서 이 구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재경부 발표에 따르면 9월 발행 규모는 총 2,3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800억 원이 늘었습니다. 퇴직연금형 수요를 미리 고려해 발행량을 확대한 것으로, 정책적 기대치가 상당히 반영된 수치로 보입니다. 청약 기간은 9월 9일부터 15일까지입니다(출처: 아시아경제).
수익률 분석 — 숫자로 따져보면 어떤가
제가 이 상품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수익률 계산이었습니다. 퇴직연금 내 안전자산이라면 어차피 수익률이 낮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숫자를 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9월 발행 기준으로 10년물의 표면금리는 8월 국고채 낙찰금리인 4.415%에 가산금리 0.35%p가 더해져 4.765% 수준이 됩니다. 이 금리에 연 복리가 적용되면,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세전 총수익률은 약 59.3%, 연평균 환산으로는 약 5.9%입니다. 20년물은 더 깁니다. 동일한 구조로 세전 총수익률 약 161.3%, 연평균 약 8.1%입니다. 여기서 가산금리란 기준 표면금리에 추가로 얹어주는 금리로, 장기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을 가집니다.
9월 발행 종목별 주요 수익률 정리
- 10년물: 세전 총수익률 약 59.3% / 연평균 5.9% (가산금리 +0.35%p)
- 20년물: 세전 총수익률 약 161.3% / 연평균 8.1% (가산금리 +0.35%p)
퇴직연금 내에서 운용 가능한 10년·20년물만 놓고 보면, 연평균 5~8%대는 채권형 상품 치고 꽤 경쟁력 있는 수치입니다. 물론 이는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의 수치고, 중도 환매 시에는 가산금리와 복리 혜택이 모두 사라지고 표면금리 기준 이자만 돌려받는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 상품과 퇴직연금의 조합이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진다고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차피 퇴직연금은 장기 운용이 전제된 계좌이기 때문입니다.
세제혜택 — 퇴직연금과 만났을 때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세제 구조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일반 계좌에서 이 상품을 매수하면, 매입 금액 2억 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14% 분리과세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분리과세란 해당 이자소득을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로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인 연 2,000만 원을 넘길 걱정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매입하면 여기에 퇴직연금 고유의 세제 혜택이 그대로 얹힙니다. DC형 계좌는 운용 기간 중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과세가 이연됩니다. 과세 이연이란 지금 당장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령 시점까지 납세를 미루는 구조로, 그 기간 동안 세금으로 빠져나갈 돈까지 복리 운용이 가능해집니다. IRP 계좌라면 연간 납입액의 일부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까지 추가됩니다(출처: 기획재정부).
솔직히 이 조합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20년물 국채를 일반 계좌에서 보유하는 것과, 퇴직연금 계좌에서 과세 이연 상태로 보유하는 것은 실질 수령액 기준으로 꽤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구간에 있는 투자자라면 그 차이는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실물이전 문제 — 고민되는 지점
수익률도 확인했고 세제 구조도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매수를 결정하기 전 제가 가장 오래 고민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10년·20년짜리 만기 상품을 DC형 계좌에 담아놓은 상태에서 이직이나 퇴사가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DC형 계좌의 자산은 퇴사 시 다른 금융기관의 DC 계좌나 IRP 계좌로 실물이전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실물이전이란,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 보유 중인 상품 그대로 다른 계좌로 옮기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개인투자용 국채처럼 특정 전용계좌를 통해서만 운용되는 상품이 이 실물이전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제도 도입 초기인 현 시점에서 아직 명확히 정리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내린 판단은 일단 해당 증권사 퇴직연금 상담센터에 직접 문의해서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퇴직연금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가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직 시나리오를 포함한 운영 세칙이 완전히 정비됐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만기가 길수록 이 리스크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상품이라도 내 상황에 맞지 않으면 결국 중도 환매로 이어지고, 그러면 가산금리와 복리 혜택을 모두 포기해야 하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생겼습니다. 퇴직연금 내에서는 10년물과 20년물로만 선택이 한정됩니다. 일반 전용계좌를 통하면 3년·5년·10년·20년 등 다양한 만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노후 자산 운용의 특성상 장기물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퇴직연금 DC형과 IRP 중 어디서 개인투자용 국채를 살 수 있나요?
A. 둘 다 가능합니다. 신한·하나·NH농협은행과 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KB·NH투자증권의 퇴직연금 계좌(DC형·IRP형)를 보유하고 있다면 9월부터 10년물과 20년물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준비가 완료된 금융기관 중심으로 도입됐고, 이후 다른 금융기관으로 순차 확대될 예정입니다.
Q. 중도에 팔 수는 없나요?
A. 시장에서의 매매는 불가능하고, 매입 후 1년이 지나야 중도 환매 신청이 가능합니다. 중도 환매 시에는 원금과 표면금리 기준 이자만 돌려받으며, 가산금리 적용 복리 이자와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은 모두 소멸됩니다. 만기 보유가 이 상품의 수익 구조 전제 조건입니다.
Q. 9월 청약은 언제, 어떻게 신청하나요?
A. 청약 기간은 9월 9일부터 15일까지이며, 보유 중인 퇴직연금 계좌(또는 개인투자용 국채 전용계좌)를 통해 신청합니다. 월간 종목별 발행한도 이내라면 청약 전액이 배정되고, 한도 초과 시에는 기준금액 300만 원까지 우선 배정 후 나머지를 청약액 비례로 나눕니다. 배정 결과는 청약 마감일로부터 2영업일 내에 안내됩니다.
Q. 퇴직연금으로 국채를 사면 세금이 어떻게 되나요?
A. 퇴직연금 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실제 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됩니다. 즉, 운용 기간 중에는 세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원금과 이자 전액이 계속 복리로 불어납니다. 여기에 기존 퇴직연금에 적용되던 세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단순 분리과세만 적용되는 일반 계좌보다 장기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 안전자산 선택지가 늘었다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변화입니다. 채권형 ETF나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와 달리, 만기와 수익률이 사전에 확정된 국채를 직접 담을 수 있다는 구조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퇴직연금의 과세 이연 구조와 장기 국채의 연 복리가 맞물리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는 커집니다.
다만 제가 내린 결론은 '좋은 상품이지만, 먼저 증권사에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청약 여부를 결정하자'입니다. 제도 도입 초기라 운영 세칙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을 수 있고, 이직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두르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10년짜리 의사결정에는 맞는 태도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