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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신혼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 달이나 따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전세사기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불안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부가 새로 내놓은 '전월세 안심신탁' 제도, 과연 그때의 저 같은 사람을 실제로 지켜줄 수 있을까요?
전월세 안심신탁, 구조가 뭔데요?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안심신탁'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핵심은 임차인이 낸 전세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적 기관이 직접 보관·운용한다는 점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전월세 안정화기구, 이 세 주체가 3자 계약을 맺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전월세 안정화기구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금 관리 주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임차인의 전세금을 시중에 굴려서 생긴 수익을 집주인에게 월세처럼 나눠주고, 계약이 끝나면 전세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국토부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전세금 2억 원 기준으로 임대인이 월 약 73만 원의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구는 이 자금을 HUG 보증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운용해 연 4%대 수익률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PF 대출이란 특정 사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일반 담보대출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기존에는 전세대출보증이나 전세금반환보증에 별도로 가입해야 했는데, 이 제도 안에 들어오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전세금반환보증이란 집주인이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보험 같은 상품으로, 보증료가 적지 않게 붙습니다. 그 부담이 사라진다는 점은 실질적인 혜택입니다.
대상 주택은 시세 20억 원 이하로 제한되며, 갭투자 비율이 과도하거나 위반건축물인 경우는 걸러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LH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를 무주택 청년에게 시범 공급하고, 9월 말 공고를 시작으로 11월부터 본격 계약 체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전세금을 임차인 → 공적 안정화기구로 예치, 집주인이 직접 보유 불가
- 임대인은 월 운용수익(전세금 2억 기준 약 73만 원)을 월세처럼 수령
- 임차인은 별도 보증 가입 없이 전세금반환 안전망 확보
- 시세 20억 원 이하 주택 대상, 주택 유형 제한 없음
- 2025년 하반기 시범 운영 후 순차 확대 예정
제도의 한계점
2022년 말, 지금의 남편은 빌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계약 종료일 3개월 전부터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건 계속 미루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거의 다 됐을 때, 집주인은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 돈이 없다고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일 뉴스를 채우던 그 시기였습니다.
제가 직접 그 상황을 겪으면서 알게 된 건, 집주인의 문제가 단순히 한 명의 악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집주인은 다주택자였고,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여러 채를 보유한 상태였습니다. 여기서 갭투자란 전세금과 매매가의 차이(갭)만큼의 자기 자본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세금을 사실상 자기 운영자금처럼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규제가 강화되자 대출도 막혔고, 결국 그 피해는 세입자인 저희가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결혼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전세금을 받았습니다. 그 두 달 동안 제가 느꼈던 감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한 가지 의문이 계속 남습니다. 이 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신청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먼저 신청하거나, 두 사람이 합의해서 함께 신청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임대인이 과연 이 구조에 자발적으로 들어올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출처: 한국경제).
임대 사업자 유형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1~2채를 갖고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는 소규모 임대인, 그리고 갭투자로 여러 채를 굴리는 다주택자입니다. 전자는 이미 월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 복잡한 3자 계약을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후자는 전세금이 기구에 묶여버리면 그걸 활용한 추가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애초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 제도가 정말 막아야 하는 건 저희를 힘들게 했던 그 구조, 즉 임차인의 전세금을 사실상 운영자금으로 굴리는 갭투자 임대인입니다. 그런데 그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신청할까요? 제도의 설계가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월세 안심신탁은 기존 전세금반환보증이랑 뭐가 다른가요?
A. 전세금반환보증은 문제가 생겼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사후 구제 방식입니다. 반면 전월세 안심신탁은 처음부터 전세금을 공적 기관이 보관하는 구조라, 집주인이 보증금을 직접 손댈 수 없다는 점에서 예방적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안심이 되는지는 한번 비교해볼 만합니다.
Q. 임대인도 이 제도에서 실제로 이익이 있나요?
A. 전세금 2억 원 기준으로 월 약 73만 원의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등록 임대사업자라면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 면제와 세제 지원도 검토 중입니다. 다만 실제 수익은 펀드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확정 수익이 아니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갭투자 집주인이 이 제도를 피하면 세입자는 어떻게 되나요?
A. 이 제도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작동합니다. 갭투자 임대인이 참여를 거부하면, 기존처럼 전세금 미반환 위험은 그대로 남습니다. 임차인 스스로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근저당 설정 여부, 집주인의 다주택 보유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Q. 2025년 시범 공급 대상은 누구인가요?
A. 올해 시범 사업은 LH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를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9월 말 사업 공고 이후 10월부터 신청을 받고, 연말부터 순차 입주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일반 임대인·임차인 대상 모집도 병행하여 진행됩니다.
결론
전월세 안심신탁은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금을 공적 기관이 보관하고, 임차인의 보증 부담을 줄이고, 전세사기 구조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는 분명 의미 있습니다. 신혼 초 두 달을 따로 살아야 했던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가 조금만 더 일찍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강한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세제 혜택이나 보증 의무 면제만으로 갭투자 다주택자를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일반 모집 공고가 시작되는 9월 말 이후, 실제로 임대인 참여율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지켜보는 게 이 제도의 진짜 성패를 가르는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