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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뭘 준비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육아용품이나 보험을 먼저 떠올리시는데, 저는 출산 전부터 남편과 함께 자녀 증여 계획을 먼저 세웠습니다. 목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의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세법이 허용하는 비과세 증여 한도를 제대로 활용하면, 평범한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수억 원의 종잣돈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목돈이 없어도 증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증여는 부자들이나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 생각이 가장 큰 오해라고 봅니다. 저도 출산 전에 모아둔 돈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증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건, 현행 세법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 단위로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증여세란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줄 때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일정 한도 안에서는 이 세금이 0원입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생애 전체로 보면 태어날 때 2,000만 원, 10세에 2,000만 원, 20세에 5,000만 원, 30세에 5,000만 원, 그리고 혼인·출산 시 1억 원을 추가로 증여할 수 있습니다. 총 2억 4,000만 원을 비과세로 물려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30년에 걸친 계획이기 때문에 부모가 미리 준비만 한다면 얼마든지 실행가능한 계획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의 경우, 출생 직후 친척과 가족에게 받은 축하 선물 (현금)에 더해 정부에서 매달 지급하는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을 소비하지 않고 그대로 아이 명의 계좌로 이체했습니다. 계산해보니 초기 2,000만 원 한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출생 시: 2,000만 원 비과세 증여 가능
- 10세: 추가 2,000만 원
- 20세·30세: 각 5,000만 원
- 혼인·출산 시: 1억 원 추가 공제
- 합계: 최대 2억 4,000만 원 비과세
현금, 주식, ETF — 어떤 방식으로 증여할까?
증여 방식을 두고 "그냥 현금으로 주면 되지 않나요?"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직접 세 가지 방식을 비교해보고 저희 상황에 맞는 방법을 골랐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현금 증여입니다. 부모 계좌에서 자녀 명의 증권 계좌로 이체한 뒤, 홈택스에서 증여세 신고를 완료하면 됩니다. 이체 내역 캡처본은 반드시 보관해야 하며, 비과세 한도 내에서는 세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절차가 명확하고 소명이 쉬운 게 장점입니다.
두 번째는 주식 대체 출고를 통한 증여입니다. 여기서 대체 출고란 부모의 증권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주식 자체를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증여 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로 산정됩니다. 저는 이 방법이 특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아이 계좌는 구조적으로 장기 보유가 기본값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손실 중인 주식이라도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면 10년 뒤 수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자녀 계좌에서 잦은 매매는 피해야 합니다. 빈번한 거래로 발생한 수익은 부모의 능동적 개입으로 간주되어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정기금 증여 방식으로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방법입니다. 정기금 증여란 매월 일정 금액을 장기간 이체하기로 약정하고, 그 미래 가치를 국세청 할인율(현재 3%)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한 번에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매월 18만 9천 원씩 10년간 이체하면 실제 이체 총액은 2,268만 원이지만, 증여세 신고 시에는 약 1,993만 원으로 인정됩니다(출처: 국세청 증여세 안내). 당장 목돈이 없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세팅해보니 — 계좌 개설부터 ETF 매수까지
아이를 낳은 후 처리해야 할 일이 참 많았고 증여를 하는 절차도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출생신고 후 가족관계증명서에 아이 이름이 올라오는 순간부터 자녀 명의 증권 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증권사 앱에서 부모 스마트폰으로 미성년자 자녀 계좌를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계좌 개설 후에는 홈택스에서 자녀 명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증여 신고까지 완료해야 법적으로 아이의 자산으로 인정됩니다.
저희는 계좌 개설 후 S&P500, 나스닥100, 반도체 관련 ETF를 매주 적립식으로 매수하도록 세팅했습니다. 여기서 ETF(Exchange Traded Fund)란 특정 지수나 자산군을 추종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S&P500 EFT의 경우, 미국 대형 기술주 500개를 적은 비용으로 한 번에 사는 효과를 줍니다.
솔직히 최근 반도체 관련 ETF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아이 계좌에 파란 불이 켜져 있습니다. 처음엔 마음이 불편하긴 했는데, 이 계좌는 적어도 10년을 가져간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 오히려 저렴하게 더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복리 효과, 즉 수익이 원금에 더해져 다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실감하려면 결국 시간이 쌓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태인들은 남자 13세, 여자 12세가 되는 해에 '바르 미츠바'라고 부르는 성인식을 열고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아이 명의 계좌에 넣어준 뒤, 부모와 함께 일찌감치 투자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단순히 돈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돈을 다루는 경험을 함께 물려주는 거라는 점에서, 저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의 계좌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녀 증여세 신고를 꼭 해야 하나요?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어차피 한도 안이면 신고 안 해도 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반드시 신고하는 쪽을 권장합니다. 신고를 해둬야 나중에 자녀 계좌에서 자산이 크게 불어났을 때 그 원금이 적법한 증여임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미래에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아이 계좌에서 주식을 자주 사고팔면 문제가 생기나요?
A. 네, 이 부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녀 계좌에서 빈번하게 매매가 이루어지면 세무당국이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이 경우 수익분에 대해 추가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산 증가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려면, 장기 보유 중심의 운용이 훨씬 안전합니다.
Q. 목돈이 없는데 자녀 증여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정기금 증여 방식을 활용하면 매월 소액을 자동 이체하는 약정만으로 증여 신고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매월 18만 9천 원씩 10년간 이체해도 비과세 한도인 2,000만 원에 근접하게 증여가 인정됩니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부모급여와 아동수당을 소비하지 않고 바로 아이 계좌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꽤 빠르게 한도를 채울 수 있습니다.
Q. 세법이 바뀌면 기존에 증여한 것도 영향을 받나요?
A. 이미 신고 완료된 증여 건은 당시 세법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급 과세는 일반적으로 되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증여 계획은 세법 변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법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증여 관련 세제 변화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자녀 증여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한 번에 큰돈을 주겠다"에서 "아이의 시간을 활용해서 목돈을 만들어주겠다"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현금을 가만히 쥐고 있는 사람을 조용히 가난하게 만듭니다. 2억 4,000만 원을 30년 뒤에 그대로 건네는 것과, 지금부터 복리로 굴려서 건네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세법은 분명히 바뀔 수 있고, 시장도 단기적으로 출렁입니다. 하지만 아이 계좌의 파란 불을 보면서도 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 돈이 10년, 20년 단위로 설계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과세 한도, 증여 신고 절차, ETF 적립식 매수 이 세 가지만 먼저 잡아도 출발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