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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겨우 1,1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쳐 '처참한 실패작'이라 불렸던 상품이 지금은 2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인덱스펀드 이야기입니다. 저도 10년 전 직장동료에게 처음 인덱스 투자에 대해 권유받았을 때 한 귀로 흘렸는데, 지금 와서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하는지 모릅니다.
인덱스 펀드에는 왜 관심이 가지 않았을까?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저 좋아보이고 내가 알 법한 대기업 주식을 매수하면 성공적인 주식 투자라고요. 그래서인지 10년 전 저보다 먼저 투자를 시작한 직장동료가 인덱스펀드를 강하게 권유했을 때도 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개별 종목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시장 평균치를 따라가서는 체감될 만큼 수익을 못 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덱스펀드(Index Fund)란 정확히 말하면 특정 지수를 그대로 복제해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쉽게 말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라면 미국 대형주 500개를 지수 비중대로 담아, 그 지수의 등락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직접 고르는 액티브펀드(Active Fund)와 정반대의 접근이죠.
1976년 존 보글 뱅가드 창업자가 개인 투자자용 S&P500 추종 상품으로 처음 선보였을 때, 월가의 반응은 냉소 그 자체였습니다. 목표 모집액은 5,000만~1억 5,000만 달러였는데 실제로 모인 돈은 1,1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보글 스스로 "처참한 실패"라고 평가할 만큼 출발은 초라했습니다. 그리고 약 50년이 지난 지금, 그 실패작은 미국 장기 펀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류가 됐습니다.
21조 달러가 된 실패작, 숫자가 말해주는 것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발표에 따르면, 2025년 5월 말 기준 미국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인덱스형 상품의 순자산은 21조 8,213억 달러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습니다(출처: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액티브형 상품보다 3조 달러 이상 앞선 수치입니다. 미국 주식형만 따로 보면 인덱스형 비중은 63.9%까지 올라갑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된 돈 10달러 중 6달러 이상이 지수를 따라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ETF(Exchange-Traded Fund)는 이 인덱스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상품입니다. 여기서 ETF란 펀드이지만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해, 소액으로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뱅가드 창업자가 1976년에 내놓은 그 첫 번째 인덱스펀드의 후신이 지금의 VOO(뱅가드 S&P500 ETF)인데, VOO 가격은 최근 5년간 약 72.8% 상승했습니다.
제가 직접 체감한 숫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2024년부터 현재까지 제 포트폴리오에서 나스닥100 ETF의 수익률은 64%, S&P500 ETF는 50%를 기록했습니다. 퇴직연금 내 수익률을 증권사의 비교 서비스로 확인해보니 최근 1년 기준 20%를 넘어섰고, 미래에셋 가입자 평균치도 웃도는 성적이었습니다. 인덱스 투자가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인덱스형 순자산 21조 8,213억 달러 — 전체의 53.8% (ICI, 2025년 5월 말 기준)
- 액티브형 대비 3조 달러 이상 우위
- 미국 주식형 한정 인덱스 비중 63.9%
- VOO 5년 수익률 약 72.8%
인덱스 자금이 커질수록 시장도 흔들린다?
규모가 커지면 부작용도 따라옵니다. 인덱스 자금이 불어나면서 이제는 시장이 기업 실적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인덱스 자금의 수급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비탄력적 시장 가설(Inelastic Market Hypothesis)입니다. 이 가설은 시장에 매수 자금이 들어와도 이에 맞서는 매도 물량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주가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뛸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1달러가 순유입되면 전체 시장가치가 3~8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합니다. 1달러가 1달러 어치 주식만 사는 게 아니라 기존 주식의 가격 자체를 밀어 올려 시장 전체 가치를 몇 배로 증폭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형주 쏠림입니다. 시가총액 가중지수는 주가가 오를수록 그 종목의 지수 내 비중이 커지고, 인덱스펀드에 새 돈이 들어오면 해당 종목을 더 많이 사게 되는 구조입니다. 1996년부터 2020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패시브(Passive) 자금이 늘어날수록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주가가 전체 시장 대비 약 30% 더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패시브 투자란 시장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별도의 종목 분석 없이 지수 편입 비중대로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전략을 말합니다(출처: 한국경제).
이 흐름이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저도 늘 의식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실적이나 자산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실적 개선보다 단순한 자금 유입이 주가를 더 밀어 올린다면, 언젠가 그 괴리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상, 이 우려를 너무 과도하게 의식하다 보면 결국 투자 자체를 못 하게 됩니다.
그래도 나스닥100과 S&P500을 계속 들고 가는 이유
저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기술 섹터에서 보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술주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기술의 내용은 바뀌더라도 기술 자체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 믿음을 가장 효율적으로 담아낸 그릇이 나스닥100 ETF라고 생각합니다.
나스닥100 지수는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비금융 대형주 100개로 구성되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기술 중심 기업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단기 조정이 와도 제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정 기업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지수 자체는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S&P500 ETF는 나스닥100만큼의 수익률을 주지는 않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베팅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패권국가의 경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전제를 믿는다면, S&P500은 흔들릴 때마다 추가 매수 기회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포트폴리오에서 이 두 ETF가 퇴직연금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덱스펀드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망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의 데이터가 이미 증명하고 있고, 제 실제 수익률이 그걸 뒷받침하고 있으니까요. 심리적으로도 안정적입니다. 매일 개별 종목 뉴스를 확인하며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인덱스 투자의 숨겨진 강점이라고 느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덱스펀드랑 ETF는 다른 건가요?
A.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운용 방식을 말하고, ETF는 그 펀드를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형태입니다. VOO나 QQQ처럼 거래소에서 매매 가능한 상품이 ETF입니다.
Q. 나스닥100이랑 S&P500 중에 뭐가 더 나은가요?
A. 수익률만 보면 나스닥100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변동성도 그만큼 큽니다. 제 경험상 기술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나스닥100, 좀 더 분산된 안정감을 원한다면 S&P500이 맞습니다. 둘 다 보유하는 방식도 충분히 합리적이고, 실제로 저도 그렇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Q. 퇴직연금으로 ETF 투자가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DC형(확정기여형) 또는 IRP 계좌를 통해 국내에 상장된 S&P500, 나스닥100 ETF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험자산 비중 제한(최대 70%)이 있으므로 가입 증권사의 규정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10년 전 직장동료의 말을 흘려들었던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그때부터 소액이라도 꾸준히 인덱스에 넣었다면 지금쯤 포트폴리오 모양이 많이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지금은 퇴직연금의 가장 큰 비중을 나스닥100과 S&P500 ETF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제 기대를 웃돌았습니다.
인덱스 투자가 재미없다거나 수익률이 낮다는 인식은 제 경험상 사실이 아닙니다. 개별 종목을 매일 들여다보며 소모되는 시간과 심리적 에너지를 생각하면, 지수에 올라타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오히려 효율적입니다. 인덱스펀드가 이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금,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직연금이든 일반 계좌든, 한 번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지수 비중이 얼마인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