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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의 54.3%가 9억원 이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제가 성북구에 살면서 한동안 15억 이하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분위기를 직접 지켜봤는데, 이제 그 기준선이 다시 9억으로 내려앉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을 한 단계씩 낮은 가격대로 밀어내고 있다는 게 데이터로 확인된 셈입니다.
거래 비중이 말해주는 것: 9억 이하로의 쏠림
일반적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남권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거주 수요는 꽤 오래전부터 비강남권에서 조용히 움직여 왔습니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올해 1월 47.1%였던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지난달에는 54.3%까지 올라갔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7.2%포인트가 이동한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3억~6억원 구간 거래 비중이 1월 16.97%에서 지난달 21.32%로 뛰었고, 3억원 이하도 3.39%에서 5.12%로 늘었습니다. 반면 9억~15억원 구간은 31.8%에서 26.6%로, 15억 초과 구간도 21.07%에서 19.08%로 줄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꽤 뚜렷한 하향 이동입니다.
지역별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거래 비중이 연중 최저인 9.1%를 기록했고, 비강남권이 90.9%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성북구와 중랑구 같은 중저가 밀집 지역에서 거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이건 피부로 어느 정도 느꼈던 부분입니다. 길음뉴타운 일대가 강북에서 20억대 기사로 들썩이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그 기세가 꺾인 자리를 이제 더 낮은 가격대가 채우는 흐름입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핵심입니다. 스트레스 DSR이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지금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금리가 올랐을 때를 가정해서 대출을 더 깎아버리는 제도입니다. 여기에 규제지역 LTV(담보인정비율) 제한까지 맞물리면서 중고가 아파트를 향한 자금 조달 자체가 막혀버린 것입니다. LTV란 집값 대비 대출받을 수 있는 최대 비율을 뜻하는데, 규제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 9억원 이하 거래 비중: 1월 47.1% → 지난달 54.3% (7.2%p 상승)
- 3억~6억원 구간: 16.97% → 21.32% (4.35%p 확대)
- 9억~15억원 구간: 31.8% → 26.6% (5.2%p 축소)
- 강남 3구 거래 비중: 연중 최저 9.1% 기록
- 비강남권 거래 비중: 90.9%로 1월 대비 3.8%p 상승
풍선효과와 순환매: 제가 임장에서 직접 본 것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수요가 규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합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특정 가격대나 지역을 규제하면 그 직하위 구간이나 인접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게 교과서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저는 직접 경험했습니다.
2021~2022년 즈음에 제가 직접 임장을 다녔던 경기 남부권 몇몇 단지들이 있습니다. 당시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밀려난 수요가 수원·용인·안양 쪽으로 퍼지던 시기였는데, 지금 그 단지들의 실거래가를 다시 찾아보니 한동안 거래가 씻은 듯 없다가 최근 들어 전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둔 곳들이 꽤 됩니다. 서울에서 밀린 실거주 수요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이게 전형적인 순환매 장세의 전조라고 봅니다. 순환매란 한 가격대나 지역에서 매수세가 집중되어 가격이 오르면, 그 상승분이 다음 구간의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해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흐름을 말합니다. 9억 이하 아파트들에 지금 사람이 몰리면, 결국 그 구간의 가격이 오르고, 매도자들은 수익을 들고 9억~15억 구간으로 갈아탑니다. 그러면 그 구간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위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월세 가격 불안과 임대차 매물 부족이 매수 전환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하면서, 대출이 그나마 나오는 가격대로 수요가 집중되는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올봄 거래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가 6~7월에 다시 꺾인 것도, 세제 이슈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맞물렸을 때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서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순환 흐름은 대출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방향을 바꿉니다. 규제가 느슨해지면 그동안 억눌렸던 상급지 수요, 즉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같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의 9억 이하 집중은 그 사이클의 초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저는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9억 이하 서울 아파트 사도 괜찮은 건가요?
A. 일반적으로 "지금이 바닥"이라는 말은 늘 있었지만, 제 경험상 매수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해당 단지의 실거주 수요와 대출 가능 여부입니다. 현재 스트레스 DSR 규제 하에서 본인이 실제로 감당 가능한 대출 한도를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전·월세 전환 압력이 큰 지역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매수 자체보다 어떤 단지를 고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국면입니다.
Q. 성북구나 중랑구 아파트는 왜 거래 감소가 덜했나요?
A. 이 지역들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아서 LTV·DSR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습니다. 여기에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임차 부담이 커진 실거주 수요자들이 대출을 끼고 매수로 전환하기 가장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성북구에 거주하면서 봤을 때, 이 지역 거래는 투자 목적보다 실거주 전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Q.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경기도 지역으로 퍼질까요?
A. 과거 사이클을 보면 서울 외곽 수요가 먼저 붙은 뒤 수도권으로 퍼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제가 2021~2022년에 직접 임장을 다녔던 경기 남부권 단지들이 최근 전 고점에 근접하는 걸 보면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금리와 세제 변수가 남아 있어 속도는 과거보다 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순환매 장세에서 갈아타기 타이밍은 어떻게 잡나요?
A. 일반적으로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순환매 흐름에서 갈아타기 타이밍은 현재 보유 물건의 매도 가능 시점과 다음 단계 물건의 대출 가능 여부가 동시에 맞아야 현실적입니다. 지금처럼 매수·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가 벌어진 시기에는 무리하게 타이밍을 맞추기보다 세제 개편안 확정 이후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결론
9억 이하로 수요가 몰린다는 기사 하나가 시장 전체를 설명해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지금의 흐름은 규제에 밀린 실수요가 한 단계씩 아래로 내려가다가 결국 수도권 전반으로 퍼지는 전형적인 사이클처럼 보입니다.
가을·겨울 시장의 방향은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확정 시점,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 그리고 임대차 시장의 불안 강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매수를 결정하든 관망을 택하든, 이 순환 흐름을 이해하고 본인의 자금 여력과 실거주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흐름은 항상 읽어두는 사람이 조금 더 유리한 선택을 합니다.